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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 본능과 권력에 대한 탐욕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인간은 남을 싫어하지만 무리를 이루지는 않고는 살아남을 수가 없으므로 사회를 만들었다’는 논리가 자꾸 반복되고 있다.   일견 맞는 말이긴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인간은 혼자서도 살 수는 있다. 단지 여럿이 힘을 합칠 때보다 더 잘 살지는 못할 뿐이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무리를 이뤄야 더 잘 살기 때문에 사회를 만들었다’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말하자면 그건 발전 욕구일수도 있지만 다른 말로 하면 탐욕인 거 아닐까? 즉 인간은 탐욕을 부리기 위해 사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자꾸 무리를 짓고 싶어하는 건, 더 잘 살기 위한 탐욕인 거다…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극단적인 생태학적 기준에서는 좀 다르겠지만, 여러 다른 기준으로 봤을 때 인간의 탐..
굳이 모임을 해서 글을 쓰는 자의 2년차 경과 보고 2020-10-26 17:06:14   글은 그냥 혼자 쓰면 된다. 아마 세상의 수많은 일들 중에 혼자서 해도 되고, 또 혼자서 해야만 하는 일을 하나 꼽으라면 글을 쓰기, 가 될 것이다.   그런데 굳이 글쓰기 모임을 참석해서 글을 쓰기 시작한 나. 처음엔 지인들과 함께 했고, 6개월쯤의 즐거운 시간과 6개월쯤의 지지부진한 해체의 시간을 겪었다. 그러고 나서는 인터넷으로 낯선 사람들의 모임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1년이 좀 넘는 기간 동안 무려 다섯 개의 모임에 가입해서 월화수목금을 채워가고 있다.   대부분 운영자에게 회비를 내고 참석하는 모임이다. 내가 힘들어했던 모임 운영의 수고를, 적은 액수의 회비로 간편히 떠넘기게 되어 그런 걸까? 이제는 별 괴로운 일 없이 즐거운 모임 생활을 하고 있다...
불면증, 걷기, 시골 개들 2019-10-29 11:05:11 올해 제주 여행을 자주 가게 됐다. 대부분 동반자가 있었고 제주에 사는 친구와 같이 다닐 때도 많아서, 혼자 다니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는 숙소 주변 산책은 주로 혼자 즐기게 됐다. 나지막한 돌담과 수풀이 자라는 나대지(노는 땅)와 저 아래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마을 풍경은 오후에 주로 방문하는 어느 관광지 못지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동네 개들이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가? 유난히 사나운 표정으로 짖어대며 따라오는 통에, 별로 개를 무서워하지 않는 편인 나도 위협을 느끼며 후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얘기를 제주 사는 친구에게 했더니 혼자 다녀서 그렇다고 했다. “개는 기본적으로 무리 동물이니까 혼자 다니면 업신여긴다고.” 좀 의아하..
낯선 사람들의 모임을 찾아 나서다 아무 연고도 없는 모임을 찾아나선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드러내게 되는 ‘글쓰기’ 모임을 말이다.   활발히 사교 활동을 하던 2-30 때조차도 인맥이 닿지 않는 모임은 해본 적이 없었다. 한창 인터넷 문화가 폭발을 해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익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일이 더욱 쉬워졌을 때도 나의 모임은 늘 학연과 지연과 혈연을 통해 오프라인에서만 이루어졌다.   처음 글쓰기 모임을 시작한 것도 ‘친구의 친구의 친구’와 일로 만나 친해지면서, 거기에 나의 친구 한 명과 친구의 친구 두 명을 끌어들여 다섯이 모여서였다. 낯선 사람도 있었지만, 대충의 정보는 미리 공유한 후였다.   1년 정도 지속되던 그 모임이 점차 힘을 잃어가고, 그러면서도 글쓰기 모임에 대한 욕구가 점점 더 커..
낯선 사람들의 모임을 찾아 나서다 아무 연고도 없는 모임을 찾아나선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드러내게 되는 ‘글쓰기’ 모임을 말이다.   활발히 사교 활동을 하던 2-30 때조차도 인맥이 닿지 않는 모임은 해본 적이 없었다. 한창 인터넷 문화가 폭발을 해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익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일이 더욱 쉬워졌을 때도 나의 모임은 늘 학연과 지연과 혈연을 통해 오프라인에서만 이루어졌다.   처음 글쓰기 모임을 시작한 것도 ‘친구의 친구의 친구’와 일로 만나 친해지면서, 거기에 나의 친구 한 명과 친구의 친구 두 명을 끌어들여 다섯이 모여서였다. 낯선 사람도 있었지만, 대충의 정보는 미리 공유한 후였다.   1년 정도 지속되던 그 모임이 점차 힘을 잃어가고, 그러면서도 글쓰기 모임에 대한 욕구가 점점 더 커..
글쓰기 자조 모임을 시작하다 아직 글쓰기 모임을 시작한지 네 달이 됐을 때, 아래와 같은 글을 썼다.   십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다가 건강도 너무 안 좋아지고 조직 생활에, 인간관계에 지쳐 다 그만 두기로 했다. 실은 그 동안 조금씩 외주편집과 번역 등 일감을 찾으며, 프리랜서로 살 준비를 했었다.   그러고 나서 십년을 출판 번역가로, 두문불출 살았다. 한 달에 한두 번 편집자를 만나거나 친구를 만나는 이외에, 술도 안 마시고 매끼를 건강식으로 해먹으며 책을 읽고 운동을 하며 보냈다.   물론 번역가로 사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돈을 안 주는 출판사나, 아예 책 출간 자체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었고, 이런저런 괴로움들이 있었지만, 처음 맞이하는 혼자만의 삶과 자유는 정말 평화로웠다. 누구는 안빈낙도라고 표현하기도.   아무튼 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