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은 놀이에서 시작된다. 특히나 어린이가 처음 스스로 시작하는 모임은 그렇다. 그 순간을 정의 내리는 문장도 있다. “누구누구야 노올자!”
골목길이라는 걸 보기 힘들어진 지금은 저 외침을 못 들은지 꽤 됐다. 요즘이야 친구랑 놀려면 엄마에게 말하거나 해서 전화로 연락하고, 심지어 미리 예약해야 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나 어릴적 어린이들은 심심해지면 무작정 친구의 집앞으로 가서 외쳐 불렀다. “누구야 노올자!” 처음에는 조그맣게 부르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누구누구야 노올자!” 목놓아 외쳐불렀다.
그러다 보면 친구는 집에 없고 친구의 어머니가 대신 나와서 대답하기도 했다. “누구 없다.” “어디 갔는데여?” “누구 어디 놀러 나갔다.”
그럼 노올자를 외쳐 부르던 어린이는 너무 쓸쓸해진다. 나를 부르지 않고 놀러갔구나. 아니, 다른 친구 먼저 부르러 간 다음에 나를 부르러 우리집으로 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나를 먼저 부르러 오지 않은 건 섭섭하지만, 그래도 길이 엇갈린 거면!
다시 우리집으로 돌아간다. 서둘러 돌아간다. 우리 집 앞에서 둘이, 혹은 셋이 모여 우렁차게 내 이름을 외치고 있을 친구들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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